공지사항

[부산도 흔들렸다! 구마모토 강진 발생에 따른 탈핵부산시민연대 기자회견문]

2026-08-03

지난주 화요일(7/28)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쪽 23km 지역에서 진도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산업 시설이 처참히 파괴되었고, 38명이 사망하고 9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인적 폭염 가운데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지진은 단순히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이 아니다. 지진 발생 직후 기상청은 부산, 경남, 전남·광주, 제주에서 발생한 흔들림이 이번 지진의 영향임을 즉시 밝혔고, 남부지방의 흔들림은 계기진도 3에 달할 정도로 컸다. 전국적으로 760건의 신고가 발생했고, 부산은 297건으로 가장 많은 신고가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구 주민들과 창원시청 공무원들이 직접 건물 밖으로 대피했을 정도로 흔들림은 컸다.


또한 10기의 핵발전소와 수명 다한 노후 핵발전소의 재가동이 시행 및 추진되고 있는 부산은 이웃 나라 지진의 영향이 이만큼 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핵발전소는 안전한지, 재가동이 추진 중인 수명 다한 핵발전소는 안전한지 촉각을 세우고 정부와 부산시, 한수원의 발표를 기다렸다.


그러나 정부와 부산시, 한수원의 대응은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부산이 흔들려도 안전 확인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고리원전은 지진 영향이 감지되지 않아 정상 가동 중”이라는 언론 보도만 있었을 뿐 정작 시민들에게는 재난 문자 하나 오지 않았다. 재난 문자를 남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평소 여러 이슈들로 재난 문자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놀람과 불안에 자가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고리핵발전소와 관련한 문자는 단 한 통도 받지 못했다. 평소 영화관람이며 계획예방정비를 쉼 없이 보내오던 고리핵발전소 본부조차 주민들에게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주민이 부산시와 기장군청에 문의를 하니 ‘주민들이 불안해할까 봐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지진이라도 핵발전소 안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신속히 알리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서 한수원과 지자체, 정부가 어떤 평가를 하고 조처를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구마모토 지진이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저 “아무 일도 없는 양 잠잠하기만 한 휴대폰”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2016년 7월과 9월 울산 앞바다 지진과 경주 지진으로 우리는 더 이상 부산이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한 바 있다. 그간 고리핵발전소 주변이 활성단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핵발전소 건설이 위험천만한 일임을 지적해 왔었다. 그러나 한수원과 정부는 2016년 연이은 지진이 발생한 후에야 고리핵발전소 주변의 활성단층에 대한 존재를 신중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지진과 관련한 대응 매뉴얼도 공개했다. 0.01g 미만의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감지기 동작 여부 및 주요 운전 변수를 점검”하고, 0.01g 이상일 경우 설비 영향을 점검하고, 필요시 수동 정지나 자동정지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한수원과 정부가 시민 안전을 위해 어떤 매뉴얼을 갖고 조처를 하고 있는지 홍보라도 한 것이다.


2016년 지진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원자력안전 정보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이 제정(2022)되었다.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시 보고·공개 규정」도 만들어져 “지진·산불·강풍·폭우·해일 및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의하여 시설의 안전운영이 위협받았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긴급조치를 취한 경우” 4시간 이내, “지진감시기의 시험 또는 오작동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연현상 또는 인위적인 현상에 의해 지진동이 발생하여 지진경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했어야 할 경우” 즉시 보고하고, 주민과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부산 시민들은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에 발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25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소 반경 100km 이내에서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점검을 진행하고, 4.0 이상 지진 발생 시에만 대국민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계기진도 3의 진동이 감지된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대국민 보고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건물에서 뛰쳐나올 정도의 흔들림과 불안이 발생하였다면, 최소한의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안위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기술의 선제적 확보 및 국민 맞춤형 소통 강화>와 <가동원전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확인 및 정보공개를 통한 국민신뢰 제고> 부분에서 원안위는 각각 5등급과 4등급을 받아 낙제를 받았다. 규제기관이 이토록 엉망인데, 한수원이라고 더 나을 것이 있겠는가!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이라도 핵발전소 안전 관련 <지진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시민들에게 그 결과를 상세히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지진 발생 후 고리핵발전소와 기장군, 부산시 등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어떠한 판단과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상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구마모토 지진이 고리핵발전소 안전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지진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매뉴얼대로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 <지진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해 ‘안전에 안전을 기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대국민 공개 기준’이 적절한지 ‘제도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핵발전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시민과의 소통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번 다시 “주민들이 불안해할까 봐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듣지 않길 바라며, <지진 대응 체계> 전면 검토 결과와 구마모토 지진 대응 현황을 상세히 공개하라.


2026.8.3. 탈핵부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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